사라졌던 오프로드의 제왕 허머가 브랜드 폐지, 10년 만에 화려한 모습으로 부활했다. 과거처럼 독립 브랜드는 아니고 GM의 픽업 전문 브랜드인 GMC의 한 모델로 등장했다.
위세가 쪼그라든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모델 면면을 살피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체적인 틀은 과거 허머의 아이덴티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과거의 향수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경계를 지운 그릴은 헤드램프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HUMMER’ 글자를 널찍이 새겨 자부심을 강조했다. 각진 펜더라인과 한껏 높인 어깨선은 전처럼 허머를 인증하는 포인트다. 떡 벌어진 펜더 안쪽에 35인치 굿이어 MT 타이어를 끼워 금방이라도 오프로드로 뛰어들 태세다.
실내는 허머 특유의 거친 느낌에 최신 트렌드를 가미했다. 13.4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센터페시아에 얹고, 12.3인치 디스플레이의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장착해 최신 감각을 뽐냈다. 탈부착이 가능한 루프 시스템 덕분에 한층 더 가까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큰 덩치와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첨단 장비도 눈에 띈다. 차체 앞뒤는 물론이고 바닥까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울트라비전(UltraVision)’이다. 이는 랜드로버 디펜더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최대 18개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통합해 오프로드 주행과 주차를 돕는다.
독특한 크랩 모드(crab mode)도 중요한 포인트다. 네 바퀴를 조향해 마치 게가 옆걸음 치듯 비스듬히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좁은 공간에 주차하거나 오프로드에서 방향을 전환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파워트레인은 덩치에 어울린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던 구형과 가장 큰 차이인데, 출력이 자그마치 1,000마력에 이르는 전기 파워트레인이다. GMC가 세계 최초의 슈퍼트럭이라고 광고하는 근거다. 최대토크는 15,592Nm(1,587kgm)까지 뿜는다.
긴 세월만큼 변화가 느껴지는 허머 EV의 생산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진다. 값은 미정이지만, 스펙과 생산 대수를 고려할 때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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